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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돌아온 심시티, 환호와 씁쓸함이 교차하다

게임텔러 2013. 3. 15. 11:01

시뮬레이션 게임의 교과서. 현실 세계를 잊게 만드는 마법의 타임머신. 어린시절 많은 이들을 컴퓨터 앞에서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들었던 마법 같은 게임 심시티가 10년간의 침묵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심시티

시리즈 5번째 작품인 이번 심시티는 심시티5라는 명칭 대신 심시티라는 명칭으로 시리즈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고 있으며, 확연히 달라진 그래픽과 시스템으로 게이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물론 게임성 외의 다른 문제로 더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EA가 황금알을 낳는 확장팩 양성 게임 심즈에만 집중하느라 심시티를 버린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게 먼저일 것 같다.

10년의 기다림을 만족시키는 화려한 그래픽

전작 심시티4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이번 작의 그래픽은 시대의 흐름에 걸맞게 화려한 3D로 변신했다. 심시티4에서도 부분적인 3D가 도입되어 있긴 했지만, 이번에 맥시스가 자체 개발한 글래스박스 엔진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심시티

이번 작에서는 도시가 완벽한 3D로 만들어져 심시티 안에 구석구석을 모두 확대해서 감상할 수 있다. 원거리에서 도시를 살피면 이전작처럼 화려한 도시의 원경이 눈에 들어오며 확대하면 도시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움직임까지 모두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클릭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심시티를 하는 것인지 심즈를 하는 것인지 착각이 들 정도다. 다소 화려한 색감을 띄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지만, 확대했을 때 세련된 블러 효과 적용으로 가까운 곳은 선명하게, 원거리는 흐릿하게 표현되는 모습이 애니메이션 속 마을에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혼자 노는 게임? 이제는 같이 노는 게임이다

이번 작에서 가장 큰 변화는 그래픽도 그래픽이지만 멀티플레이 요소의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게임 전체가 멀티플레이로 변화됐다.

기존의 심시티 시리즈는 혼자서 도시를 자신의 취향대로 만들어가는 재미였다면, 이번 심시티는 멀티플레이 맵을 개설해서 그곳 중 한 지역을 운영하게 된다(비공개 맵을 만들면 혼자서 모든 지역을 운영하는 싱글 플레이를 즐길 수 있긴 하다). 하나의 맵은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0여명이 들어가 각자의 도시를 운영할 수 있으며, 각자의 도시에서 부족한 부분을 다른 도시에서 도움을 받는 식으로 운영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게이머가 산업 공장 위주로 도시를 설계한다면 자신은 상업단지를 개설한다던가, 관광단지를 개설하는 식이다.

심시티

특히, 도시마다 특성을 부여할 수 있어 전자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던가, 대형 카지노로 도박 특구를 만드는 식의 목적형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것은 각 지역과의 교류와도 연계되어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세금 뿐만 아니라 교역이나 관광으로 많은 돈을 벌어 도시를 더 아름답게 꾸미는 식의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다. 만약 옆에 만들어진 도시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산업단지를 잔뜩 지어 유해한 공기를 옆 도시로 마구 보내는 방해 플레이를 즐길 수도 있다. 웬만하면 그렇게 하지 않기를 권하지만...

초보 지향적 게임이 되다

기존의 심시티는 시뮬레이션 게임 초보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게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경험자에게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볼 수 자유로운 공간이겠지만, 초보자들에게는 단순히 허허벌판. 게다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지만, 이것 역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르는 공황상태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심시티

하지만, 멀티플레이를 중점적으로 내세운 이번 심시티는 초보들도 편하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게임 시스템 측면에서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허허벌판에 도로를 개설하고 건물을 건설하는 기본 시스템은 동일하지만 기존 시리즈에 비해 이 과정이 매우 편리하다. 도로를 설치한 이후 주거, 상업, 산업 지역 설정만 해두면 알아서 발전을 하며, 이전 시리즈에서 게이머들을 귀찮게 하던 상하수도, 전기 시설도 별다른 설정없이 도로만 연결되어 있다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또한, 튜토리얼 뿐만 아니라 게임 내 도움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중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시민들이 가장 필요한 것을 수시로 요청하며, 그것에 맞춰서 필요한 특수건물(병원, 경찰, 상하수도 시설 등)을 건설해주면 자연스럽게 도시가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시에 관련된 구체적인 수치들도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심시티

다소 아쉬운 부분은 게이머가 만들 수 있는 도시의 크기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축소됐다는 점이다. 그래픽을 향상시키고, 다른 게이머들과의 교류 중심의 멀티플레이를 추구하면서, 컴퓨터 사양까지 고려하다보니 이런 사이즈로 결정된 것이겠지만, 이전 시리즈를 떠올리면 다소 당혹스럽다. 서울시를 만들려고 들어갔는데, 정작 만들 수 있는 것은 양촌리? 적어도 필자의 기분은 그랬다.

우리가 원하던 변화는 이게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한번 붙잡으면 강제로 타임머신에 태웠던 게임의 재미는 여전하지만 모든 변화가 게이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특히 멀티플레이는 최악의 한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거에 비해 함께 하는 즐거움이 많이 강조되고 있고, 게임의 성격상 소셜 개념이 추가되면 재미있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싱글을 아예 없애고 멀티플레이를 기본으로 놓은 것은 무슨 생각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돈을 주고 패키지 게임을 구입했건만 서버 접속이 안돼 게임을 즐길 수 없다는 상황을 어떤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겠나? 아예 온라인 게임이라면 어느 정도 납득을 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 게임은 이전까지 싱글 패키지 게임이었고, 대다수의 팬들은 혼자서도 마음껏 도시를 꾸밀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워서 이 게임의 팬이 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멀티플레이를 기본으로 만들면서 로그인을 하지 못하면 아예 아무런 플레이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으며, EA는 접속조차 할 수 없는 최악의 서버 상태로 10년만에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게임을 구입한 팬들을 맞이했다. 서버 개수라도 많았다면 너무 인기가 많아서라고 하겠지만 EA 측에서 준비한 서버는 몇 개 되지 않았으며, 아시아 서버는 불만이 폭주된 최근에서야 겨우 추가하는 멍청한 실수를 저질렀다(EA 페이스북지기의 한심한 답변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보다는 자사의 인기 시리즈의 최신작을, 그리고 로그인이 필수인 상태로 출시하면서 서버를 그 정도 밖에 준비하지 못한 EA의 멍청함이 더 문제다)

심시티

사실, EA가 로그인을 필수로 만든 이유는 멀티플레이보다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생각된다. 모든 고객을 서버로 관리하는 것이 그동안 등장했던 해킹 방지툴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하프라이프2를 시작으로 이것을 시도해서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오히려 정품 사용자들이 더 불편함을 겪고, 불법 복제자들의 이용은 정말 아주 조금 늦춰졌을 뿐이다.

온라인 접속을 기반으로 한 복제방지툴은 서버만 완벽히 준비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EA 뿐만 아니라 유비소프트, THQ, 블리자드 등 대형 퍼블리셔들조차도 수요량 예측에 실패해 자사의 중요 프랜차이즈의 데뷔를 망쳐버리는 실수를 저질렀으며, 서버가 안정되는 동안 그들의 열성팬들은 극렬한 안티로 돌변했다. 근래만 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정받는 해외 개발사였던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 사태로 인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상기하자. 게다가 블리자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자랑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운영하고 있는 MMORPG 전문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실패를 거뒀다.

심시티는 정말 제대로 즐길 수만 있다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다. 서버가 가까스로 안정화된 다음에는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고 플레이했다. 이전보다 작아진 맵 크기가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는 하지만 그 외의 부분은 만족스러운 발전을 이뤘다. 단, 이것도 플레이를 할 수 있을 때 얘기다. 개발자가 보여주고 싶었던 심시티의 화려한 발전은 EA의 어처구니 없는 온라인DRM에 막혀서 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뒤늦게 서버를 추가하고, 로그인 대기 시간을 표시해주는 등의 추가 지원을 늘려가고 있긴 하지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다른 사람들의 실수를 빤히 보고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EA! 자신들의 어이없는 선택과 무책임한 준비가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인기 시리즈의 10년만의 부활 무대를 어떻게 망쳐놨는지를 두고 두고 반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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